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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디자인' 강연 후기
김이경
나에게는 혼자 사시는 친정 아버지와, 혼자 사시는 시어머님이 있다. 자식들은 일찍부터 품을 떠나 모두 타지에서 살고 있고, 평생 해로하며 살던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고향 집에 홀로 남아 생활하고 계신다. 전형적인 노인1인 가구이다.
그동안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삶에 골몰하느라 고향에서 늙어가는 부모님 생각을 진지하게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늘 건강하게 그 자리에 계셔 주실 거라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건강하시던 부모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실 수 있다는 걸 한 해 간격으로 연거푸 겪으면서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평생의 반려자를 하루아침에 잃고 혼자 남은 아버지와 시어머님을 보면서 이 세상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외로운 것인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동시에, 오십 중반을 넘어서며 어쩔 수 없는 노화를 스스로 체험하면서 이전에는 미처 인지하거나 공감하지 못했던 것들이 그제서야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마음의 준비조차 못하고 허망하게 보낸 두 부모님 때와는 달리 남은 부모님은 정성스럽게 보내 드리고 싶다는 생각과, 나 스스로도 늙음과 죽음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싶다는 의지로 책이나 유투브, 강연 등을 찾아서 보고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여성재단 미래포럼의 <좋은어른아카데미>를 알게 되었고, 이경미 대표의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디자인>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를 듣는 내내 자꾸 눈물이 나서 손수건으로 눈을 꾹꾹 눌러야 했다. 나이듦의 고단함과 서러움을 미처 알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두 부모에게 죄송했고, 점점 더 노쇠해지는 남은 두 부모의 외로운 고군분투를 떠올리니 안스러웠고, 노인의 인간다운 삶과 환경에 대한 나와 사회의 무심과 무지가 부끄러워 눈물이 났다.
시어머님이나 친정 아버지의 유일한 소원은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게 지내다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다. 두 분은 최대한 자립적으로 지내다 영 힘들어지면 요양원으로 들어가시겠다 하신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 과연 나는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을까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노인 요양원을 혐오 시설이라고 설치를 반대한다는 뉴스나 요양원에서 노인을 방치하고 학대한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는 현실이니 더더욱 그렇다.
이경미 대표의 강의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작은 공감과 실천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먼저 앞서서 고민을 하고 실험을 하고 있는 사례들을 들으면서는 마냥 암울할 것만 같았던 미래에 대해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강의 끝 무렵 질의응답 시간에, 내 바로 옆 자리에서 열심히 메모하며 강의를 듣던 청자가 내가 일전에 매우 유익하게 읽었던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인 김경인 교수라는 걸 알았다.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일하시는 이런 분들 덕분에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밝은 미래가 좀더 빠르게 도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이다.
좀더 포용적이고 좀더 인간적인 미래를 위해 나도 개인적인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무겁지만 즐거운 고민이 될 것이다. 거창하게 사회를 위한 미래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바로 내 부모의 미래와 나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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