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좋은어른 아카데미 목차로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선물 받은 시간

AI와 낭독이 만나니 독서의 신세계가 열린다.

김수동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와 경험을 쌓아가는 것을 넘어, 배우고 나누며 더 나은 삶을 향해 성장하는 존재가 아닐까. 이러한 기대를 품고 ‘좋은어른 아카데미 Change Makers’의 문을 열었다. 지난 7월 15일, 양선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가 진행한 첫 강의에서 나는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과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귀한 경험을 했다.

강의의 주제는 ‘치매를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독서의 기술’. 인지장애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화두다. ‘독서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말은 이미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선희 강사는 “고령기 독서법은 달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바로 ‘낭독(朗讀)’, 즉 소리 내어 읽기였다.

그의 설명은 명쾌했다. 눈으로만 읽는 묵독(默讀)이 뇌의 일부만을 활성화하는 반면, 낭독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 내고, 귀로 들으며 온몸의 감각을 동원하는 전신 운동과 같다는 것이다. 뇌를 훨씬 입체적으로 자극하여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론적 설명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어진 실습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저 책의 한 구절을 따라 읽는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니었다. 강사가 준비한 것은 AI 기술로 만들어진 한 편의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스크린 속 영상이 흐르자, 우리는 각자 손에 쥔 시나리오를 보며 영상 속 인물의 대사를 소리 내어 연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어색함도 잠시, 우리는 금세 이야기에 몰입했다. 나의 목소리가, 옆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져 영상 속 이야기는 우리만의 ‘낭독극’으로 재탄생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텍스트가 목소리를 통해 생명력을 얻고, 영상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는 단순히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만들고,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호흡을 맞추는 하나의 즐거운 ‘축제’이자 ‘문화 활동’이었다.

강의를 통해 낭독이 가진 힘을, 그리고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체감했다. 두려움과 걱정의 대상이었던 ‘치매’라는 단어는, 낭독과 AI 기술을 통해 ‘함께 즐기며 극복할 수 있는 과제’로 새롭게 다가왔다.

‘좋은어른 아카데미’의 첫 시간은 내게 앎을 넘어선 체험을, 체험을 넘어선 희망을 선물했다. 앞으로 이어질 여정 속에서 또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대신, 새로운 배움과 도전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좋은 어른’들의 여정을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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